언론인 체험하는 공간이 있는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직접 기자가

이성훈 | 기사입력 2020/05/29 [10:01]

언론인 체험하는 공간이 있는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직접 기자가

이성훈 | 입력 : 2020/05/29 [10:01]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박물관이 무려 28개나 되는 박물관 고을 영월에서도 눈에 띄는 박물관이 있다. 한반도면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지난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기자가 돼보는 체험 공간이다.

 

▲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에서는 1일 기자 체험 을 할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1일 기자 체험은 아담한 야외 전시장에서 시작한다. 현장 기자들의 보도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에 때마침 6월 민주항쟁 사진전이 한창이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아! 나의 조국은 거대한 태극기 앞으로 상의를 벗은 청년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뛰어가는 장면을 담았다.

 

▲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영월미디어박물관 고명진 관장이 한국일보 사진기자 시절에 찍은 것이다. 이 작품은 AP가 선정한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들면서 유명해졌고,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엄마 아빠에게 익숙한 사진을 처음 보는 아이들이 호기심에 눈을 반짝인다.

 

▲ 프레스 카드로 장식한 옛날 TV 

 

고 관장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하니 흥미가 더해진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본연의 역할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경험이다. 이어지는 실내 전시실에는 현장 기자들의 손때 묻은 전시물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옛 교실 벽 한쪽을 채운 기자 완장. 보도 촬영 PRESS라고 적힌 다양한 완장은 고 관장이 직접 사용하거나 선후배 기자들이 기증한 것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기자박물관을 연 고명진 관장 

 

그중에 역사의 뒷이야기를 담은 물건도 있다. 파란 바탕에 노란 글씨로 기자라고 쓴 완장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때 사용한 것이다. 보통은 행사를 주관한 기관이나 행사 이름이 들어가는데, 당시 북한에서는 기자라고만 쓰인 완장을 제공했다고.

 

▲ 방송기자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기자 완장이 전시된 곳 앞쪽에 작은 프레스룸이 있다. 여기서 기자용 헬멧과 조끼를 착용하고 방송용 ENG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면 누구나 기자가 돼볼 수 있다. 천장 가까이 떠 있는 헬리캠 아래 서면 자기 모습이 TV에 나와서 진짜 방송을 하는 느낌이다. 드론이 나오기 전에는 무선조종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장착한 헬리캠이 현장을 누볐다. 예전에 기자들이 사용한 필름 카메라와 녹음기도 보인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대체한 장비다.

 

▲ 카메라를 매단 헬리캠 


다음은 한성순보와 독립신문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미디어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이다. 벽면에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부터 6월 민주항쟁까지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은 옛날 신문이 이어진다.

 

▲ 예전 기자들이 사용하던 타이프를 쳐볼 수 있다 

 

그 아래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들이 사용한 라디오, 미닫이문이 달린 옛날 TV 등이 보인다. 전시실 중앙에는 예전 기사를 쓸 때 사용한 타자기와 전동타자기, 워드프로세서가 있다. 엄마 아빠도 처음 써보는 타자기로 탁, 탁, 탁 소리를 내며 글씨를 쳐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 망원렌즈 촬영 체험 


1일 기자 체험은 다시 야외로 이어진다. 박물관 앞에 설치된 망원렌즈로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이 당겨서 찍어보는 체험이다. 커다란 망원렌즈를 보는 아이들이 환호성을 터뜨린다. 뭐니 뭐니 해도 기자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이다.

 

▲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론 촬영 체험    

 

방송 전문가용 드론은 조종이 쉬워 아이들도 조금만 익히면 항공촬영이 가능하다. 드론을 날려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높이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경험이 특별하다. 즉석에서 인화한 사진을 예쁜 TV 액자에 넣어 색칠하면 1일 기자 체험 완성. 여유가 있다면 우리 가족 신문을 만들어도 좋다.

 

▲ 한반도지형으로 가는 탐방로에는 태극기 바람개비가 줄지어 섰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초·중·고생) 4000원, 유아 3000원이고, 1일 기자 체험은 1만원(입장료 포함)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1일 기자 체험은 한 시간 소요된다.

 

▲ 평창강이 휘감아 도는 한반도지형 


박물관이 자리 잡은 한반도면은 영월 한반도 지형(명승 75호)으로 유명하다. 길쭉하게 튀어나온 숲과 모래톱을 남한강 지류 평창강이 휘감아 도는 모양이 영락없이 한반도 지도다. 덕분에 서면이란 행정구역 이름을 한반도면으로 바꿨단다. 한반도 지형 일대는 강원고생대지질공원이기도 하다.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생긴 거대한 구덩이와 동굴이 곳곳에 보인다. 이렇게 생긴 석회암 지형을 카르스트지형이라 한다.

 

▲ 조선 시대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

 

영월 청령포(명승 50호)도 한반도 지형처럼 강물이 휘감아 돈다. 삼면이 강으로 막히고 뒤로는 육육봉이 솟아오른 청령포는 조선 시대 유배지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이 이곳에 유배됐다. 지금도 유일한 교통수단인 배를 타고 들어가면 소박한 기와집으로 복원된 단종어소(端宗御所)가 관람객을 맞는다. 아이와 함께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며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단종어소는 소박한 기와집으로 복원되었다    


영월에서 만나는 단종의 흔적은 관풍헌으로 이어진다. 영월부 관아(사적 534호)에 자리 잡은 관풍헌은 단종이 홍수에 잠긴 청령포를 떠나 머문 곳이다. 관풍헌 마당에 있는 자규루에 올라 시를 지으며 울적한 심사를 달래던 단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에는 “노산군(단종)이 스스로 목을 매어 죽으니 예로써 장사 지냈다”고 나오지만, 야사가 전하는 바는 사뭇 다르다. 세조가 사약을 내렸으나, 단종이 이를 거부하고 목을 맸다는 것이다.

 

▲ 영월 관아에 자리잡은 관풍헌    


영월 장릉(사적 196호)이 조성된 것은 단종이 죽고 240여 년이 지난 숙종 때 일이다. 단종의 시신은 실록의 기록과 달리 오랫동안 방치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행여나 시신을 수습했다가 세조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한 탓이다. 노산군 대신 단종이란 묘호를 받은 것도 이때다.

 

▲ 장릉은 다른 왕릉에 비해 소박한 모습이다    

 

조선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강원도에 자리 잡은 영월 장릉은 문인석과 석마, 석양 몇이 봉분을 지킨다. 무인석이나 병풍석, 난간석도 없이 소박한 모습이다. 장릉 입구 단종역사관에서 이 모든 역사를 자세히 볼 수 있다.

 

▲ 장릉 입구에 자리 잡은 단종역사관

 

○ 당일여행 :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영월 한반도 지형→영월 청령포→영월부 관아(관풍헌)→영월 장릉

 

○ 1박 2일 여행 : 첫날_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영월 한반도 지형→영월 청령포→별마로천문대 / 둘째날_영월부 관아(관풍헌)→영월 장릉→김삿갓유적지


○ 관련 웹 사이트

 -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www.ywmuseum.com

 - 영월문화관광 www.yw.go.kr/tour

 

○ 주변 볼거리 : 영월 선돌, 영월 고씨굴, 영월 어라연 일원, 법흥사, 요선암, 동강사진박물관, 강원도탄광문화촌 등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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