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 선비들의 삶을 엿 볼수있는 포항 장기유배문화체험촌

경북 포항시 남동부에 자리한 장기면은 발길이 뜸한 지역이었지만

이성훈 | 기사입력 2020/06/01 [03:55]

유배지 선비들의 삶을 엿 볼수있는 포항 장기유배문화체험촌

경북 포항시 남동부에 자리한 장기면은 발길이 뜸한 지역이었지만

이성훈 | 입력 : 2020/06/01 [03:55]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경북 포항시 남동부에 자리한 장기면은 발길이 뜸한 지역이었지만, 최근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이 알려지며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장기면은 조선 시대 장기현 현내면으로, 포항의 중심 고을이었다. 고려 시대 축성한 포항 장기읍성(사적 386호)이 있고, 죽림서원과 삼명서원 등 포항에서 가장 많은 7개 서원이 자리한다.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은 장기읍성과 함께 포항12경에 든다.

 

▲ 장기 유배문화 체험촌 전경


평일인데도 장기유배문화체험촌에는 관광객이 제법 많다. 2019년 3월 개장한 체험촌이 널리 알려진 건, 포항시와 장기면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덕분이다. 특히 서석영 장기면장은 주말에 해설사 사또를 자청해 구수한 입담으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 체험촌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메인 안내판 


주차장 옆 사무실에 체험촌 안내 팸플릿이 있고, 해설사가 상주한다. 사무실 앞이 형벌 체험장이다. 죄인을 호송하는 우마차와 각종 형벌 도구가 있다. 망향교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체험촌이 펼쳐진다. 왼쪽에 우암 적거지, 오른쪽에 다산 적거지가 자리한다. 먼저 선비 인생과 유배 과정 이야기 벽을 보자.

▲ 선비인생 및 유배과정 이야기벽


체험촌은 곳곳에 이야기 벽을 세워 유배 문화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 이야기 벽에는 유배 온 선비들의 영향을 받아 장기 지역이 학문과 예절을 숭상하는 유향(儒鄕)으로 거듭난 역사가 적혀 있다.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장기 지역으로 유배 온 105인의 인적 사항을 적은 105인 기록 이야기 벽을 지나 우암 적거지에 이른다. 왼쪽 초가가 우암의 집이다.

▲ 형벌 체험장 


작은 방에는 글씨를 쓰는 우암 조형물이 살아 있는 듯하다. 가운데 기와집은 유배 온 우암을 받아준 오도전의 집이다. 우암은 1676년 6월 10일 장기현에 도착해 장기읍성 동문 밖 마산리 오도전의 집에 위리안치 됐다. 그리고 4년을 머물며 학문을 연구하고 지역의 선비들을 가르쳤다. 장기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우암이 심었다는 은행나무의 손자목이 있다.

 

▲ 장기 지도와 우암의 적거지 


다산 적거지로 이동하니 안경을 쓴 다산의 사진이 반긴다. 다산의 유배지는 강진이 널리 알려졌지만, 첫 유배지는 장기현이다. 다산은 1801년 신유박해에 연루되어 장기현으로 유배를 떠난다. 다산을 아낀 정조가 승하한 이듬해 벌어진 일이다. 장기현 마현리에 도착한 다산은 성선봉의 집에서 유형 생활을 시작했다. 다산 적거지 마당에는 타작하는 농부들의 조형물이 있다.

 

▲ 우암의 적거지 


다산은 장기현에 머물면서 농민의 생활상과 고을 관리의 목민 행태를 수많은 시로 남겼다. 장기농가(長鬐農歌)는 농민의 애환을 문학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릿고개 험하기가 태항산 같아(麥嶺崎嶇似太行) / 단오절 지나서야 보리 익기 시작하네(天中過後始登場) / 어느 누가 풋보리 죽 한 사발 떠서(誰將一椀熬靑麨) / 주사 대감께 맛보라고 바쳐볼 건가(分與籌司大監嘗).” 다산은 장기농가 1장에서 보릿고개를 맥령(麥嶺)이라며 중국의 높고 깊은 타이항산(太行山)과 같다고 비유한다. 나아가 책상머리에 앉아 배고픔을 면해주겠다던 관리를 주사(籌司)라 표현하며, 그 대감들에게 풋보리로 쑨 죽 한 사발 줘서 농민의 실상을 알리라고 꼬집는다.

 

▲ 다산 적거지 


다산은 장기현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1801년 10월 천주교도 황사영이 베이징(北京)에 있는 프랑스 주교에게 신유박해를 알리고자 보내려던 편지(황사영백서)가 발각돼, 한양에서 문초를 받고 전라도 강진으로 이배됐다. 이때부터 다산의 18년 유배 생활이 시작된다. 다산 적거지 뒤쪽에는 자연 치유원과 민속놀이 마당이 있다. 그네를 타고 바람을 가르면 스릴이 넘치고, 탁 트인 전망도 즐기기 좋다.

 

▲ 우암과 다산의 사색의 길 


체험촌을 둘러본 뒤에는 장기읍성으로 가자. 대숲 산책로가 호젓한 우암과 다산의 사색의 길을 따라 20분쯤 걸으면 장기읍성 북문을 만난다. 여기서 성을 한 바퀴 돌며 푸른 바다와 너른 들판을 둘러보는 맛이 일품이다. 장기유배문화체험촌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연중무휴),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 유장한 곡선을 그리는 장기읍성 


○ 당일여행 : 장기유배문화체험촌→우암과 다산의 사색의 길→포항 장기읍성→구룡포

 

○ 1박 2일 여행 : 첫날_장기유배문화체험촌→우암과 다산의 사색의 길→포항 장기읍성→구룡포 / 둘째날_호미곶해맞이광장→호미반도해안둘레길→영일대해수욕장

 

○ 문의

 - 장기면행정복지센터 054-270-6661

 - 포항시청 문화관광과 054-270-6665

 

○ 주변 볼거리 : 양포항, 일출암, 포항운하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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