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단순한 숙박 시설의 차원을 넘어, 총체적인 체험을 선사할 수 있는 테마를 갖춘 호텔이 주목을 받는 요즘이다. 부티크 호텔 및 디자인 호텔, 리조트 호텔 등 다양한 테마와 형식을 취한 트렌디한 호텔이 오픈하면서 옛날 호텔은 자칫하면 ‘구식 호텔’로 그 명성이 퇴색해 가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호텔은 서울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이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지어졌던 4층짜리 호텔 건물은 1967년에 모두 헐리고 20층짜리로 다시 지어졌다. 5성급 호텔로 그 명성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호텔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호텔도 있다. 강남권 최초의 5성급 호텔인 쉐라톤 팔래스호텔이 그 예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 1월 문을 닫고 말았다.
스위스에서는 옛날 호텔들이 어떤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위스 호텔 연맹에서는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이라는 카테고리로 이들을 묶어서, 그 전통과 매력을 유지하고 알려 나가고 있다.
역사의 흔적이 담뿍 묻어나는 전통 호텔에서 묵어가며 기품있 는 전통 요리를 맛보고 있노라면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에 젖는다. 후기 바로크 양식의 게스트하우스나 벨 에포크 양식의 5성급 호텔이 웅장한 산봉우리나 숲, 알프스 들판에 둘러싸여 있다. 수대에 걸쳐 환대 문화와 전통을 겹겹이 쌓아온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은 스위스의 정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보물인 셈이다.
조금 오래되었다고 누구나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에 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 인증을 받기 위해 각 호텔은 이에 필요한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까다롭게 적용된다.
1. 메인 빌딩을 지은지 30년 이상 되어야 한다. 2. 충분한 시간 동안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 역사를 갖춰야 한다. 3. 역사적인 분위기가 보존되어 있고, 건축학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4. 보수적인 요건에 걸맞게 구조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무늬만 오래되었다고 끼워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건물에서 머물며 제대로 된 스위스 환대 문화와 전통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호텔 중, 스위스에서도 손에 꼽히는 역사적인 호텔 몇 곳을 소개한다.
체르마트(Zermatt)의 호텔 몬테 로사(Hotel Monte Rosa),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체르마트 마을 중앙에 있는 호텔로, 1839년 체르마트에서 숙박업을 시작한 전설적인 라우버 인(Lauber Inn) 자리에 세워진 호텔이다. 150년 넘게 전 세계 여행자들을 맞이해온 체르마트 최고의 역사 호텔로, 알파인 벨 에포크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일부 객실은 19세기 말의 미적 요소를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어 카리스마 있는 매력을 발산한다. 전통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현대적인 호텔 시설을 잘 갖춰 편리성도 우수하다.
몬테 로사 호텔은 마테호른(Matterhorn)을 최초로 정복한 에드워드 윔퍼(Edward Whymper)가 베이스로 사용했던 곳이라 등반가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하다. 곳곳에서 윔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스타일리시한 에드워드 바-카페가 특히 그러하다. 체르마트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답게 코너마다 역사가 살아 숨 쉰다. 발레주에서는 역사적인 레스토랑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몬테 로사 호텔은 2008년과 2009년에 걸친 세심한 보수를 거치며 그 디테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조식과 석식 모두를 제공하는 ‘하프 보드(half-board)’를 이용할 경우, 체르마트의 레스토랑 중 하나를 골라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어 특별하다. 겨울에는 14개의 레스토랑, 여름에는 8개의 레스토랑 중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몽 세르뱅 팔라스(Mont Cervin Palace) 호텔의 럭셔리한 스파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취리히(Zurich)의 마르크트가쎄 호텔(Marktgasse Hotel), 4성급 부티크 호텔은 차량 진입이 금지된 구시가지 한복판에 자리해 있는데, 건물 자체가 문서에 등장한 것이 1291년이며, 게스트하우스로서 처음 문서에 등장한 것은 이미 1425년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요소들을 세심하게 보호하며 광범위한 보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춰갔다.
최근에는 2015년에 새롭게 오픈한 바도 있다. 600년이나 된 화려한 역사를 갖춘 이 호텔은 노출 기둥, 화려한 프레스코, 심플한 패널, 노스탤직한 분위기의 격자 창문이 특징적인데, 그 오랜 역사가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개별 디자인을 적용한 39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에는 고급스러운 원목 마루가 분위기를 우아하게 만들어 준다.
그 외에도 호텔 소유의 도서관, 화려한 레스토랑과 바, 테이크 아웃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미식적인 면으로는 도회적인 요리를 선보이는데, 당연히 비건 요리가 포함된다. 도보 거리에 있는 함맘 스파 센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곱 채로 이뤄진 빌덴 만은 루체른 관광산업 역사의 중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일곱 개의 개별 건물의 복합체로 이뤄져 있지만, 이 호텔은 벨 에포크 양식 구조를 확연히 갖고 있고, 주변부의 역사적 건물들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19세기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치며 한 층이 증축되었다. 호텔의 게스트 북만 봐도 세계적인 정치인과 엔터테인먼트 및 문화계의 유명 인사로 가득하다.
100년이나 된 레기나 호텔은 그 역사의 매력을 잘 간직하고 있다.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의 식당, 헤링본 원목 마루, 세면용 도자기 저그, 노스탤직한 세면대에서 옛 내음이 넘실댄다. 야외 테라스와 널찍한 일광욕실에서는 햇살을 받으며 알프스 파노라마를 만끽하기 좋다.
거의 80년이 지나서 호텔은 다시 한번 재단장을 했다. 친숙하고, 울퉁불퉁하며, 찌그러진 화강암 전면에는 붉은 창 셔터가 달려 있어 무척이나 소박해 보이지만, 그 안으로는 더 바랄 게 없는 인테리어를 감추어 놓았다. 호르겐 글라루스(Horgen Glarus)의 1930년대 가구가 비치되어 있다. 돌소 나무와 타워 룸이 그 당시의 건축 스타일을 말해준다.
28개의 객실은 1930년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가꾸어졌다. 그림젤 호스피츠는 요리에 있어서도 빼어나다. 자연산, 지역 재료만을 고집해 요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300종 이상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셀러야말로, 진귀한 보물이다. 세심하게 관리되는 대형 와인 저장고는 과거에 이곳을 지나던 상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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