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히스토릭 호텔

100년 넘은 역사의 흔적 속에서의 하룻밤, 구시가지나 알프스 마을 한복판에서 역사를 증언한다

이성훈 | 기사입력 2021/03/14 [03:02]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

100년 넘은 역사의 흔적 속에서의 하룻밤, 구시가지나 알프스 마을 한복판에서 역사를 증언한다

이성훈 | 입력 : 2021/03/14 [03:02]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단순한 숙박 시설의 차원을 넘어, 총체적인 체험을 선사할 수 있는 테마를 갖춘 호텔이 주목을 받는 요즘이다. 부티크 호텔 및 디자인 호텔, 리조트 호텔 등 다양한 테마와 형식을 취한 트렌디한 호텔이 오픈하면서 옛날 호텔은 자칫하면 ‘구식 호텔’로 그 명성이 퇴색해 가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호텔은 서울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이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지어졌던 4층짜리 호텔 건물은 1967년에 모두 헐리고 20층짜리로 다시 지어졌다. 5성급 호텔로 그 명성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호텔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호텔도 있다. 강남권 최초의 5성급 호텔인 쉐라톤 팔래스호텔이 그 예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 1월 문을 닫고 말았다. 

  

▲ Zermatt_Old guest book    

 

스위스에서는 옛날 호텔들이 어떤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위스 호텔 연맹에서는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이라는 카테고리로 이들을 묶어서, 그 전통과 매력을 유지하고 알려 나가고 있다. 

 

역사의 흔적이 담뿍 묻어나는 전통 호텔에서 묵어가며 기품있 는 전통 요리를 맛보고 있노라면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에 젖는다. 후기 바로크 양식의 게스트하우스나 벨 에포크 양식의 5성급 호텔이 웅장한 산봉우리나 숲, 알프스 들판에 둘러싸여 있다. 수대에 걸쳐 환대 문화와 전통을 겹겹이 쌓아온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은 스위스의 정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보물인 셈이다.

 

▲ Zermatt_Edwards_Corner_kleiner

 

조금 오래되었다고 누구나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에 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히스토릭 호텔” 인증을 받기 위해 각 호텔은 이에 필요한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까다롭게 적용된다.

 

1. 메인 빌딩을 지은지 30년 이상 되어야 한다. 

2. 충분한 시간 동안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 역사를 갖춰야 한다. 

3. 역사적인 분위기가 보존되어 있고, 건축학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4. 보수적인 요건에 걸맞게 구조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무늬만 오래되었다고 끼워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건물에서 머물며 제대로 된 스위스 환대 문화와 전통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호텔 중, 스위스에서도 손에 꼽히는 역사적인 호텔 몇 곳을 소개한다. 

 

▲ Zermatt_Monte Rosa  

 

체르마트(Zermatt)의 호텔 몬테 로사(Hotel Monte Rosa),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체르마트 마을 중앙에 있는 호텔로, 1839년 체르마트에서 숙박업을 시작한 전설적인 라우버 인(Lauber Inn) 자리에 세워진 호텔이다. 150년 넘게 전 세계 여행자들을 맞이해온 체르마트 최고의 역사 호텔로, 알파인 벨 에포크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일부 객실은 19세기 말의 미적 요소를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어 카리스마 있는 매력을 발산한다. 전통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현대적인 호텔 시설을 잘 갖춰 편리성도 우수하다.

 

▲ Zermatt_Monte Rosa at night 

 

몬테 로사 호텔은 마테호른(Matterhorn)을 최초로 정복한 에드워드 윔퍼(Edward Whymper)가 베이스로 사용했던 곳이라 등반가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하다. 곳곳에서 윔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스타일리시한 에드워드 바-카페가 특히 그러하다. 체르마트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답게 코너마다 역사가 살아 숨 쉰다. 발레주에서는 역사적인 레스토랑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 Zermatt  

 

몬테 로사 호텔은 2008년과 2009년에 걸친 세심한 보수를 거치며 그 디테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조식과 석식 모두를 제공하는 ‘하프 보드(half-board)’를 이용할 경우, 체르마트의 레스토랑 중 하나를 골라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어 특별하다. 겨울에는 14개의 레스토랑, 여름에는 8개의 레스토랑 중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몽 세르뱅 팔라스(Mont Cervin Palace) 호텔의 럭셔리한 스파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Zurich 

 

취리히(Zurich)의 마르크트가쎄 호텔(Marktgasse Hotel), 4성급 부티크 호텔은 차량 진입이 금지된 구시가지 한복판에 자리해 있는데, 건물 자체가 문서에 등장한 것이 1291년이며, 게스트하우스로서 처음 문서에 등장한 것은 이미 1425년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요소들을 세심하게 보호하며 광범위한 보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춰갔다.

 

▲ Zurich   

 

최근에는 2015년에 새롭게 오픈한 바도 있다. 600년이나 된 화려한 역사를 갖춘 이 호텔은 노출 기둥, 화려한 프레스코, 심플한 패널, 노스탤직한 분위기의 격자 창문이 특징적인데, 그 오랜 역사가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개별 디자인을 적용한 39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에는 고급스러운 원목 마루가 분위기를 우아하게 만들어 준다.

 

▲ Zurich  

 

그 외에도 호텔 소유의 도서관, 화려한 레스토랑과 바, 테이크 아웃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미식적인 면으로는 도회적인 요리를 선보이는데, 당연히 비건 요리가 포함된다. 도보 거리에 있는 함맘 스파 센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Luzern  


루체른(Luzern)의 호텔 빌덴 만(Hotel Wilden Mann), 과거 루체른 구시가지에 있었던 일곱 채의 유서 깊은 건물에서 출발한 호텔이다. 최초로 문서에 등장한 것이 1517년의 일인데, ‘레스토랑’이라는 뜻의 ‘핀테(pinte)’로 처음 기록되었다. 허가 없이 영업을 하는 집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1726년까지 빌덴 만은 ‘선술집(tavern)’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었다.

 

▲ Luzern 

 

일곱 채로 이뤄진 빌덴 만은 루체른 관광산업 역사의 중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일곱 개의 개별 건물의 복합체로 이뤄져 있지만, 이 호텔은 벨 에포크 양식 구조를 확연히 갖고 있고, 주변부의 역사적 건물들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19세기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치며 한 층이 증축되었다. 호텔의 게스트 북만 봐도 세계적인 정치인과 엔터테인먼트 및 문화계의 유명 인사로 가득하다. 

 

▲ Luzern  


지금은 일곱 채의 건물이 좁다란 통로로 모두 이어져 있다. 매년 한 개에서 세 개의 객실을 포괄적으로 보수해 나가고 있다. 호텔에 자리한 레스토랑도 미식 체험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시골 풍의 부르거슈투베(Burgerstube)와 고미요 점수 14점에 빛나는 소바쥬(Sauvage) 레스토랑 덕분이다. 이들을 빛나게 만드는 메뉴는 비프 스트로가노프(Beef Stroganoff)와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으로, 눈앞에서 바로 요리해 서빙해줘서 더욱 특별하다.

 

▲ Luzern  


뮈렌(Mürren)의 호텔 레기나 뮈렌(Hotel Regina), 쉴트호른(Schilthorn)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곳으로 유명해진 알프스 산골 마을, 뮈렌 한복판에는 역사적인 호텔 하나가 있다. 자동차 출입이 금지된 마을 속 해발고도 1,600m에 있는 이 호텔에서는 아이거(Eiger), 묀히(Mönch), 융프라우(Jungfrau)의 뷰가 활짝 펼쳐진다.

 

▲ Muerren 

 

100년이나 된 레기나 호텔은 그 역사의 매력을 잘 간직하고 있다.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의 식당, 헤링본 원목 마루, 세면용 도자기 저그, 노스탤직한 세면대에서 옛 내음이 넘실댄다. 야외 테라스와 널찍한 일광욕실에서는 햇살을 받으며 알프스 파노라마를 만끽하기 좋다. 

 

▲ Muerren   


52개의 노스탤직한 객실은 1인실부터 4인실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데, 그중 12개의 객실에는 전용 욕실이 갖춰져 있고, 대부분 발코니가 딸려 있다. 대형 온실, 햇살 가득한 테라스, 미팅이나 연회 등에 적합한 다양한 공간, 지역 식재료와 채식 식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레스토랑도 눈에 띈다. 조금만 걸어가면 야생화가 지천인 하이킹 트레일과 스키 슬로프가 펼쳐진다.

 

▲ Grimsel  


그림젤 고개(Grimselpass)의 그림젤 호스피츠(Grimsel Hospiz), 수 세기의 역사를 지닌 그림젤 호스피츠는 인공 호수의 청록색 수면 위, 황량하고 바위가 많은 풍경 속에 자리해 있다. 이 숙소는 피에몬테–부르군트(Piemont-Burgund) 교역로 위에 지어졌고, 1142년 처음 문서에 언급되었다. 예전 건물에 홍수가 난 후, 1932년 두 개의 댐 사이에 재건축되었다. 과거에 도전정신으로 충만했던 광부들을 위한 숙소였던 곳으로, 포괄적인 보수를 거쳐 지금은 무척이나 우아한 호텔로 새롭게 탄생했다.

 

▲ Grimsel 


그림젤 호스피츠는 피오르드 같은 그림젤 호수에서 만들어지는 수력 발전의 상징으로 높이 솟은 놀렌(Nollen)에 마치 성처럼 자리해 있다. 이 건물은 스위스 역사의 증인이다. 이곳은 스위스 최초의 게스트하우스로 1142년 언급된 바 있다. 1932년 새로 지은 건물은 유럽 최초의 전기 난방 호텔로,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 Grimsel 

 

거의 80년이 지나서 호텔은 다시 한번 재단장을 했다. 친숙하고, 울퉁불퉁하며, 찌그러진 화강암 전면에는 붉은 창 셔터가 달려 있어 무척이나 소박해 보이지만, 그 안으로는 더 바랄 게 없는 인테리어를 감추어 놓았다. 호르겐 글라루스(Horgen Glarus)의 1930년대 가구가 비치되어 있다. 돌소 나무와 타워 룸이 그 당시의 건축 스타일을 말해준다.

 

28개의 객실은 1930년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가꾸어졌다. 그림젤 호스피츠는 요리에 있어서도 빼어나다. 자연산, 지역 재료만을 고집해 요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300종 이상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셀러야말로, 진귀한 보물이다. 세심하게 관리되는 대형 와인 저장고는 과거에 이곳을 지나던 상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 Grimsel 


파노라마 전망 라운지, 벽난로 라운지, 바, 레스토랑도 사랑스럽다. 자동차로 찾아가기 좋아 스위스 그랜드 투어의 인기 있는 목적지이자, 자연 애호가들과 스포츠인들에게 인기 있는 호텔이다. 스위스 정부관광청_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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