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 지방을 지켜준 귀중한 요새, 청주 상당산성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라 산성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성훈 | 기사입력 2023/05/30 [00:58]

호서 지방을 지켜준 귀중한 요새, 청주 상당산성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라 산성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성훈 | 입력 : 2023/05/30 [00:58]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6월 1일은 의병의날이고, 6일은 현충일이다. 10일은 6·10민주항쟁기념일이며,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유달리 뭔가를 지키고 얻고자 한 날이 많은 6월, 어떤 주제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자연스럽게 ‘산성’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라 산성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시중에 산성 여행을 다루는 책이 여러 권 있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산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쉽다.

 

▲ 상당산성 정상부인 남문-서문을 잇는 성곽길. 청주, 청원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성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산 정상부에 쌓은 성을 말한다. 그중 청주 상당산성(사적)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성 이름은 백제 시대 청주목을 이르던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 상당산성 한 바퀴의 둘레는 약 4km다

 

정확한 축성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김유신의 셋째 아들 김원정이 쌓았다는 기록(《삼국사기》)과 궁예가 쌓았다는 기록(《상당산성고금사적기》), 임진왜란 때 충청도병마절도사로 온 원균이 쌓았다는 기록(《선조실록》)이 있다. 당초 토성이던 것으로 짐작되나, 1716년(숙종 42) 석성으로 다시 쌓기 시작해 영조 때 지금 모습이 완성됐다.

 

▲ 상당산성 위에서 바라본 남서쪽 풍경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상당산성을 한 바퀴 가뿐히 걸어보자. ‘산성 일주 코스’는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길이 약 4km, 1시간~1시간 30분 걸린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온다. 산성 내부에 상당산성한옥마을과 식당가가 있어 일정 전후로 식사하기도 좋다.

 

▲ 남문에서 바라본 너른 자연마당 일대

 

상당산성은 전형적인 포곡식 석축 산성이다. 포곡식이란 계곡을 끼고 산줄기를 따라 정상부까지 성벽을 높게 쌓는 방식을 말한다. 물과 더불어 산성 내 지형을 넓게 확보해 오랫동안 적에게 항거할 수 있다. 저수지 옆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 남문에서 서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

 

포곡식 산성답게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쁜 호흡을 조절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오른다. 이내 첫 번째 관문인 남문에 도착한다. 남문은 상당산성의 정문 격이다. 4~5m 아래 상당산성자연마당이 펼쳐진다. 남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남암문이 숨어 있다. 암문은 비상구 역할을 하는 샛문이다. 유사시 사람과 가축, 양식 등이 통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만든다.

 

▲ 서남치성. 적의 접근을 빠르게 파악하고 전투시 적을 공격하기 위해 성벽 일부를 밖으로 돌출시켜 쌓았다

 

적에게 알려지면 급히 폐쇄할 수 있도록 암문 안쪽에는 항상 돌과 흙이 쌓여 있다. 상당산성에는 서남암문과 동북암문이 있다. 수백 년 전 은밀한 암문은 이제 청주 시민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자연으로 드나드는 천국의 열린 문이 됐다.

 

▲ 보수와 복원 작업을 거친 서문의 현재 모습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 아닐까?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청주와 청원 일대 모습이 장관이다. 상당산성이 과거 이 지역에서 어떤 무게와 의미를 차지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서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변해가는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성곽을 걷는 커다란 재미다. 우암산, 좌구산 등 이 일대 산야와 미호평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상당산성 성곽은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 서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에서 바라본 미호평야 일원

 

남문과 서남암문을 지난 뒤 한참을 걸어 서문에 이른다. 서문은 지형이 호랑이가 뛰기 위해 움츠리는 모습이라고 해서 ‘미호문(弭虎門)’이라고도 불렸다. 허물어져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1978년 복원했으나, 지반침하로 다시 무너져 2015년 해체해서 보수·복원했다. 그런 까닭에 서문은 외형이 제법 깔끔하다. 사각형 석축 출입문 위에 북방식 우진각지붕 문루를 올리고, 바깥쪽 성벽을 높이 쌓아 방어에 유리하다.

 

▲ 남녀노소 누구나 여행하기에 좋은 상당산성

 

동북암문과 동문을 지나면 동장대가 나타난다. 상당산성 동쪽에서 서장대와 마주 보며 군사를 지휘하고 군대를 조련하던 곳으로, 1992년 복원해 옛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동장대에서 내려오면 처음 출발한 저수지를 만나고, 상당산성 일주가 끝난다.

 

▲ 상당산성은 자타공인 청주를 대표하는 힐링 여행지다   

 

홀로 혹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행복하게 오르내리는 길. 이번 주말에는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상당산성을 걸어보면 어떨까? 상당산성관리소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산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명암유원지

 

상당산성 여행 전후로 상당구에 자리한 명소도 함께 둘러보자. 명암유원지는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휴식처다. 1.5km 남짓한 타원형 수변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고 달리기 좋아, 아침저녁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청주 감성 여행 1번지인 수암골벽화마을


명암저수지에서 오리보트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유원지 인근에 다양한 식당가가 있어 특별한 하루를 만끽하기 좋다.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저수지 준설 공사, 낡은 목교 정비, 무장애 탐방로 신설 작업을 거쳤다.

 

▲ 수명이 다한 연탄이 멋진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암산 자락의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시대의 상처가 남긴 고난과 가난의 흔적으로 한때 남루했으나, 2007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 벽화 작업을 진행해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로 거듭났다.

 

▲ 수암골벽화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주시가지

 

현재 40여 가구가 거주해 규모는 작지만, 골목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자취가 오래 발길을 붙잡는다. 근래 허영만 화백과 방송인 류시원, 신현준, 우지원 등이 벽화 보수 작업에 동참해 수암골벽화마을에 활기를 더한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 수암골벽화마을에 마련된 전망대와 포토존


국립청주박물관은 청주가 고대부터 얼마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땅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의 산실이다. 1987년 10월 개관한 박물관은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4개 공간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에서는 청주를 비롯해 충북 지역의 유물 2300여 점을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나눠 전시한다.

 

▲ 국립청주박물관

 

통일신라 3개 범종 가운데 하나인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보물), 국내 최대 종류와 수량을 자랑하는 청주 사뇌사 금속공예품 등 충북에서 발견된 금속 문화재 등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청주와 충청북도 일원에서 발견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 당일여행 :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수암골벽화마을→국립청주박물관

 

○ 1박 2일 여행 : 첫날_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국립청주박물관 / 둘째날_청주랜드→청주중앙공원→수암골벽화마을

 

○ 관련 웹 사이트

 - 청주시 문화관광 www.cheongju.go.kr/ktour/index.do

 - 국립청주박물관 http://cheongju.museum.go.kr

 

○ 문의

 - 청주시청 관광정책과 043-201-2043

 - 상당산성관리소 043-201-0202

 - 명암유원지 043-201-4422

 - 명암보트장 043-221-8103

 - 수암골벽화마을(청주시청 관광정책과 관광마케팅팀) 043-201-1793

 - 국립청주박물관 043-229-6300

 

○ 주변 볼거리 : 청남대, 문암생태공원, 오창호수공원, 청주고인쇄박물관, 옥화자연휴양림, 청주 흥덕사지, 초정행궁, 대청댐전망대, 대청호 / 관광공사_사진제공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산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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