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 낭만의 도시 프라하에서

여행을 가면 그곳에 온통 마음을 다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심명숙 | 기사입력 2024/06/04 [04:50]

[테마기행] 낭만의 도시 프라하에서

여행을 가면 그곳에 온통 마음을 다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심명숙 | 입력 : 2024/06/04 [04:50]

[이트레블뉴스=심명숙 기자] 시간을 걷는 유럽 인문여행 문윤정 작가의 테마기행.
예술 향기 가득한 캄파섬, 여행을 가면 그곳에 온통 마음을 다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마음을 송두리째 다 빼앗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마음을 다 내어주어야 할 것 같은 도시, 프라하가 그러하다.

 

  ▲ 프라하     © 문윤정

 

프라하라고 하면 낭만적인 도시, 예술가의 도시 이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때문이 아닐까 싶다. 역사 시간에 배운 프라하의 봄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프라하의 시민들이 저항한 슬픈 이야기인데도 낭만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 카를교  © 문윤정

 

프라하의 구도심을 걷다 보면 나라의 기틀을 만든 카를 4세와 만나게 된다. 유럽 중세 건축의 백미이자 유럽에서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인 카를교는 카를 4세가 세웠다. 16개의 아치가 떠받치고 있는 카를교 다리 아래로 블타바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8차선 도로를 연상케 할 만큼 넓은 카를교 양옆으로 30개의 성인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17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삼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조각상들을 보면서 다리 하나에도 전통과 역사를 담아내는 체코인의 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카를교 아래에 위치한 지역을 프라하 사람들은 캄파섬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섬이라고 부르다니, 프라하에도 섬이 있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바람이 묻어난다캄파섬에 위치한 캄파미술관은 체코의 근현대 미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크림색 건물에서 우아한 귀부인의 기품이 느껴진다.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방앗간을 개조하여 만든 캄파미술관 주변에는 새들의 지저귐이 유달리 요란하다.

▲ 캄파미술관   © 문윤정

 

야외 전시장에서 다수의 작품을 감상했다. 카프카 박물관의 오줌 누는동상을 제작한 다비드 체르니의 작품이 있다. 다비드 체르니의 <기어가는 아기상>은 어른들이 올라타고 놀아도 될 만큼 크다. 머리가 크고 얼굴이 없는 아기들은 엉덩이를 드러낸 채 대지 위를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세이다. 균형이 맞지 않아 약간 괴기스럽다. 바코드가 새겨진 아기는 소비중독에 빠진 현대인을 희화화한 것일까.

<기어가는 아기상>을 보니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가 생각난다. 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점심때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인가? 답은 인간이다. 답이 너무 쉬워서 실망이다. 테베의 왕자 오이디푸스가 이 수수께끼의 답을 맞혔다. 답을 알고 나니 쉬운 것이지, 그전에는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과 사색을 요구한다.

 

체르니의 작품으로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동상 (Hanging Out Man)도 유명하다. 프라하를 주름잡고 있는 것은 체르니인 것 같다. 그는 왜 프라하의 도심에 프로이트 동상을 매달아 놓았을까?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젖힌 그를 조롱거리로 삼은 것은 아니겠지. 프로이트는 인간성의 가장 깊은 본질은 원초적 성격을 가진 본능적 충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이 가진 충동은 모두 비슷하며, 그 목적은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 충동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라고 했다.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무의식 세계의 지평을 넓힌 프로이트는 인류에 굉장한 공헌을 했다. 빌딩 꼭대기에 매달린 프로이트가 행인들을 향하여 하고 싶은 말은 얼마나 많을까.

▲ 말 탄 남자  © 문윤정

 

치마를 두르고 얌전하게 생긴 여인상은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저 여인은 언제부터 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엎드려 있는 저 청동의 여인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 나 혼자서 질문을 던진다. 빨간색으로만 이루어진 조각, 빨강 말을 타고 빨강 남자가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말 탄 남자는 늠름하고 잘 생겼는데 양쪽 팔이 아주 긴 기형이다. 팔이 길어서 말이 달릴 수 없다. 마음의 기형을 표현한 것일까.

2013년에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체코프라하 국립미술관 소장품전 :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전시가 열렸다. 우리에게 생소한 체코 작가들의 작품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체코 근대 미술의 거장 프란티셰크 쿠프카가 인상적이었다. 벌거벗은 세 여인을 담은 그림 <가을 태양 연구>는 강렬했다. 사과밭에 서서 가을 햇살을 듬뿍 받는 여인들의 행복한 미소가 가슴에 와닿았다. 사과밭의 세 여인은 그리스 여신을 연상케 했다.

파리 유학파 출신인 쿠프카는 뒤샹, 아폴리네르, 페르낭 레제 등 그 외에도 여러 사람과 푸토그룹을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쿠프카의 반추상적인 작품 앞에서 이해하려 애썼다. 그림에 담긴 유연한 선에 이끌렸다.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창밖엔 노란색 펭귄이 줄지어 서 있다. 에코-공공예술을 지향하는 이탈리아의 예술그룹Cracking Art 작품이다. 기후변화의 위험과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34개의 노란 펭귄은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자는 그들의 메시지이다. 블타바강변에 서서 노란 펭귄은 일회용 플라스틱 잔을 손에 든 행인에게 무언의 말을 던진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프라하, 연인이 생기면 같이 여행하고픈 프라하, 혼자 와도 좋은 프라하! 프라하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세계는 프라하와 연결되어 있다. 언젠가 또다시 올 것을 약속한다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32길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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