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양파시장 치벨레매리트 구시가지에 50톤의 양파가 주렁주렁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된 고귀한 구시가지에 양파랑 마늘 냄새가 웬 말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일 년에 단 한 번, 유네스코 세계 문화재로 지정된 베른 구시가 전체가 양파로 뒤덮인다. 어여쁜 꽃 장식 대신에 볼품없는 양파가 가판대를 주렁주렁 장식하고 있다. 흔하디흔한 양파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베른 사람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구시가지를 점령하게 된 걸까?
베른의 양파 시장, 치벨레매리트(Zibelemärit)는 매년 11월 네 번째 월요일에 펼쳐지는 전통 민속 축제다. 주변 지역의 농부들이 50톤 이상의 양파와 마늘을 싸매고 스위스의 수도, 베른으로 몰려온다. 게다가 이 시끌벅적한 축제는 꼭두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특별히 마련된 기차에 수천 개의 양파와 마늘을 싣고 새벽 5시에 베른에 도착하는 것이다.
양파에 곁다리 끼어 있는 조연은 바로 마늘이다. 양파와 마늘. 냄새에 민감한 유럽 사람들이 이게 웬일일까, 궁금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1405년 베른 대화재 당시 도움을 주었던 옆 프리부르(Fribourg) 도시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베른에서 양파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허가하면서 시작된 축제라 한다.
아침 일찍 시작되는 이 행사로, 베른 주민들은 물론 주변 동네, 주변 국가에서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골목골목이 한가득하다. 다채로운 노점상에는 도자기, 빵, 야채, 각종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11월이면 꽤 쌀쌀한 베른의 날씨에서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유는 바로 글뤼바인(Glühwein)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와인에 정향과 계피, 오렌지, 설탕 등을 첨가하여 따끈하게 데운 음료로, 스위스 겨울철 시장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명물 중 하나다.
양파가 들어가는 음식이야말로 장터의 주인공이다. 양파 수프, 양파 치즈, 양파 빵, 양파 타르트, 양파링까지, 양파가 들어간 음식을 한 입 먹어 보면 양파가 이렇게 달콤한 야채였나, 양파를 다시 보게 된다. 스위스 장터니만큼, 치즈와 치즈 케이크도 빠질 수 없다. 양파를 이용해 만든 못난이 인형과 각종 수공예품도 재미난 볼거리다.
색종이를 돌돌 말아 만든 콘페티(confetti)를 서로에게 던지며 까르륵대느라 정신없는 꼬마 아이들도 양파 시장의 정겨운 풍경 중 하나다. 스위스 정부관광청_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