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장건섭 기자]
감자
- 공현혜 시인
80원에 팔려간 복녀(1와
점순이(2가 한 동네 살았다면 잘 살았을까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이
신경숙의 동네에 살았다면 의지가 되었을까
아니, 그 반대였다면 사는 게 사는 것이었을까
문명의 옷을 입고 문화를 먹고 사는 동네
높고 낮은 것이 지붕뿐이라면 좋을 텐데
평등 하다는 빗줄기마저 닿지 않는 창(窓)과
빗방울 올려다보는 창(窓) 아래
감자에 싹 튼다 감자에 싹이 난다
푸른빛이 돌면 버려지는 감자를
싹을 파내고 먹는 그늘에서 삶이 익는다
하루치의 목 막힘과 귀 막힘 사이에서
통장의 잔고는 닳은 신발과 배고픔 낳아도
생긴 대로 익혀진 감자 한 입의 눈물로
복녀처럼 팔지도 못해 아이들 태어나지 않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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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동인의 '감자' 중
2) 김유정의 '동백꽃' 중
▲ 지난 5월 중순 전북 익산시 낭산면 삼담리의 오래된 농가 주택 앞 한 들녘에 하얀 감자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 언제인지, 사람이 떠난 빈 집엔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데 매년 새 옷을 갈아입듯 피고지는 감자꽃은 여전히 정겹기만 하다 © 장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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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감자에 푸른빛이 난다고 상자 째 버리는 젊은 여인을 만났다. 같은 동네 새 집 짓고 들어온 이방인이지만 동네 원주민들은 그녀를 부러워했다. 겉으로는 보기 드문 이층집인데 집 안은 복층이라서 거실 천정이 우리 집 지붕 보다 높다고 했다. 비가 와도 장마 태풍이 와도 외제차의 방문과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었다. 소문으로는 아이들을 싫어해서 몇 안 되는 동네 꾸러기들 집 앞에 보이면 쫒아내던 젊은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했다.
집과 집 사이에는 아이들, 우는 소리, 혼나는 소리 싸우는 소리 같은 소리들이 살아야 살맛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공현혜 시인]
1966년 경남 통영 출생.
2009년 <현대시문학>, 2010년 <서정문학> 詩 부문 등단.
(사)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 (사)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경북문협·통영문협·경주문협·한국불교아동문학회·경남아동문학회 회원.
한국서정문학대상, 경북작가상, 에스프리문학상, 시와창작 특별문학상 수상.
시집 '세상읽어주기', '애벌레의 꿈', '폭풍 속으로' 外 공저 시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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