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관광은 결론적으로 말해, 매우 다이나믹한 느낌을 주었다. 비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물 위에 떠 있는 마을의 풍경은 어찌 보면 수해에 잠긴 집들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유유히 마을 사이로 다니는 배들의 모습에서 이런 것도 그들의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수상마을이라고 해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금색 지붕의 건물은 사원이고 파란색은 경찰서며, 화분이 길게 놓여진 것은 학교였다. 이런 것들은 보통 지상에 있는 마을과 비슷했지만, 각각의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모두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무사히 수상마을 관광을 마치고 간 곳은 야야산 쇼핑몰. 건물은 두 동으로 되어 있는데 슈퍼가 있는 지하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고 한다.
야야산 쇼핑몰에서 살만한 것이 없나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비디오샵에서 발견한 한국 드라마 포스터. 이 곳 브루나이에서도 한류는 예외가 아니었다. 겨울연가 같은 드라마는 브루나이에서 7번이나 방영되었다고 한다.
엠파이어 호텔에서는 1인당 하루에 한 병씩 생수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 지하 슈퍼에서 물을 사놓는 것이 좋다. 다만 문제는 us달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루나이 달러나 신용카드만을 써야 한다.
우리는 신용카드를 호텔에 둔 채 us달러만을 가지고 갔기 때문에 야야산 쇼핑몰 1층에 있는 환전소를 이용해야 했다. 환전소로 가면 은행처럼 벽면에 작은 전광판이 있어서 자신들의 환전율을 알려주고 있었다. 남은 여행기간 동안 브루나이 달러를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생수 값을 먼저 확인한 후에 필요만큼만 환전을 했다.
[tip] 영업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이 표시한 환전율보다 바싸게 교환을 해주므로, 쇼핑센터로 갈 때도 신용카드를 가져가서 계산하는 좋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풀어놓은 다음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우리가 그날 예약해 놓은 곳은 이탈리아 식당 스파게티니. 반바지를 입거나 슬리퍼를 신으면 입장할 수 없다. 긴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로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도 창가의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호텔 밖의 풍경이 멀리 보이는 좌석이었는데, 해가 지는 광경을 천천히 감상하며 우아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샐러드는 위와 같은 수레를 가지고 와서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샐러드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들의 맛도 매우 뛰어나다. 엠파이어 호텔에서 꼭 한번은 들려봐야 하는 레스토랑.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서 바라본 풍경. 첫날을 제외하고 브루나이의 아침날씨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룸에 있는 커피포트를 이용해 끓인 커피로 베란다에 앉아 잠시 여유 있게 아침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왼쪽편으로는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해변 쪽으로 가면 승마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그 곳에 가보지는 못했다.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로비로 가서 3시간짜리 인터넷 사용권을 구입했다.
속도는 한국으로 치자면 조금 느린 편이나,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호텔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호텔의 비즈니스 센터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방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로비로 가서 인터넷 서비스의 시간대별 상품을 구입하면 되는데, 3시간짜리~ 1주일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이 중에서 우리처럼 3시간짜리를 구입하면 토탈 3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하루에 1시간씩 사용하면 3일을 사용할 수 있다. 단 매일 사용하고 난 후에는 정확하게 '로그아웃'을 해주어야 한다.
[tip] 로비 라운지에 가면 커다란 기둥 뒤에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숨겨져(!) 있다. 책상까지 완벽하게 있는 자리인데, 기둥 때문에 그 위치로 가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15분까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엠파이어 호텔에서 눈에 보이는 노란색은 황금이고 눈에 보이는 돌들은 대리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 손이 닿는 곳에 있는 것은 금색칠을 한 것이고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 있는 것부터 진짜 황금이라고 한다.
이곳 호텔에는 실내를 포함해 수영장이 총 8개 있다고 한다. 호텔의 전면 주위로 여러 개의 수영장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메인풀을 제외하면 다른 풀은 매우 한가한 편이다.
메인풀 옆으로 가서 방 번호를 이야기하면 타올을 빌릴 수 있다. 직원의 표정이 이상한 순간에 찍혀버렸지만 사실 이 곳의 직원들은 매우 친절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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