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속 흙돌담이 어우러지는 천년 한옥마을

고즈넉한 흙돌담과 바람에 살랑대는 대숲소리 찰랑찰랑

김민강 | 기사입력 2010/03/05 [12:27]

대숲속 흙돌담이 어우러지는 천년 한옥마을

고즈넉한 흙돌담과 바람에 살랑대는 대숲소리 찰랑찰랑

김민강 | 입력 : 2010/03/05 [12:27]
고즈넉한 흙돌담과 바람에 살랑대는 대숲소리, 찰랑찰랑 샘물이 천년을 이어온 마을이 있다. 언덕배기 정자에 오르면 시라도 한 수 읊고 싶어지는 모평마을이다.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되고 전라남도로부터 행복마을로 선정된 모평마을은 요즘 한옥 스테이로 인기가 한창이다.

▲ 영양재 툇마루에서 바라본 전경     ©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

흔히들 한옥에서 잔다고 하면 고택 스테이를 연상시키며 화장실과 샤워시설의 불편함에 고개부터 젓지만 이곳 모평마을은 그렇지 않다. 외형과 건물은 한옥이지만 내부시설은 현대인들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꾸며져 있다. 그럼 모평마을을 돌아보며 어느 집에서 머물까 고민해보자.

고려시대 모평헌 소재지였던 모평권역 중 한옥 민박집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해보면 상곡리 모평마을로 마을길을 따라가면 왼편에 마을회관이, 오른편에 한옥민박집이 돌담으로 이어져 있다. 첫 번째 집은 소풍가(笑豊家). 웃음(笑)이 가득한(豊) 집(家)이라는 뜻으로 화초가 만발하다. 방의 이름은 능소화, 허브, 백일홍 등 꽃이름이다.

▲  모평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영양재   ©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

돌담을 따라 걷다 골목으로 접어들면 왼편으로 ‘모평헌(牟平軒)’이 나타난다. 105년 전, 현재 집주인의 고조부가 지었는데 바닷물에 소나무를 7년간 담갔다 건져 15년을 건조 시킨 후에 지은 집이다. 너른 잔디 마당과 작은 한옥 테라스, 빗방울이 뚝뚝 듣는 처마와 툇마루가 정겹다. 뒤쪽으로 대나무 밭이 이어져 바람이 불면 사각대는 댓잎소리가 그만이다. 바로 옆에는 천년 안샘이 있다. 동헌 내아에 있던 우물로 임천산의 대나무와 그 아래 자라는 야생차 수액이 흘러들어 물맛이 좋다.

다시 골목을 나와 흙돌담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풍경소리 민박집이다. 풍경이 달려있어 바람이 불때마다 딸랑거린다. 기단부를 높게 만들었기에 풍경소리 마루에 앉으면 담장이 눈 아래라 모평마을이 한눈에 내다뵌다. 손맛 좋은 아침 시골밥상이 맛있다. 영화황토민박집은 솟을대문에 희소문(喜笑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대문을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웃음이 떠나지 말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 동헌 내야에 있던 천년세월의 안샘     ©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

돌담을 따라가면 솟을대문 사이로 ‘귀령재(歸潁齋)’라는 편액이 걸린 한옥이 나타난다. 파평윤씨의 종가다. 이 마을은 파평윤씨 집성촌으로 조선 세조 때 윤길(尹吉)이 자리를 잡았다. 무오사화에 연루돼 제주도로 귀양 갔다가 그의 나이 90세(1460년)에 돌아오던 길, 이 마을 산수에 반해 정착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흙돌담이 끝날 즈음 영양재(潁陽齋)와 수벽사가 나타난다. 임천산 산책로 입구에 자리한 영양재(潁陽齋)는 대숲을 뒤에 두고 산 중턱에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천석꾼 선비인 윤상용이 건립한 정자로 선비의 풍류가 물씬 난다. 기둥마다 걸려있는 주련(柱聯)에는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하여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 잠월미술관 체험프로그램     ©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

수벽사는 여진족을 몰아내고 동북9성을 쌓은 고려 장수 윤관(1040∼1111년)을 모신 사당이다. 그 옆 제각 안에는 열녀비가 있는데 정유재란 때 남편이 왜병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다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신천 강씨를 기리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제각 옆, 이끼 낀 비석이다. 신천 강씨 부부가 죽고 어린 아들만 남자 신천 강 씨의 충노(忠奴) 도생과 충비(忠婢) 사월 부부가 주인의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키워 과거급제까지 시켰다한다. 아들은 노비부부의 비를 세우라 유언을 남겼고, 파평윤씨 문중에서는 지금껏 노비에게 제를 올려주고 있다.

저녁이면 해보천 물안개와 더불어 방풍림으로 조성된 팽나무 느티나무 왕버들 등 수령 300년의 고목들 사이로 보이는 노을이 황홀하다. 어둠이 깊어지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보자. 짙푸른 산야가 어스름하고 개울물 소리가 정겹다. 따끈한 아랫목에 누우면 문살 사이로 스미는 은은한 달빛에 취해 잠이 든다. 아침이면 임천산 산책로를 따라 오죽군락지-야생죽로차밭-편백나무, 왕대나무 숲-조릿대 숲을 지나 마을 뒤편 정자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근사하다.

아이들은 시골집에 온 것처럼 체험으로 신난다. 안샘에서 길어온 정한수를 가지고 민박집 마루에 걸터앉아 녹차떡케이크를 만들거나, 신문지를 펼쳐 글자를 찾는 과거놀이가 재미있으며, 누에를 닮은 산내리 뒷산 자락의 잠월미술관에서 부채에 민화 그리기에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 호박넝쿨위에 장수풍뎅이 올라간 함평생활유물 전시관전경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

모평마을 주변으로도 즐거운 ‘꺼리’들이 많다. 인근에 위치한 함평생활유물전시관은 호박 넝쿨 위에 장수풍뎅이가 올라가 있는 건물모습이 흥미롭다.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져보고 작동해 보며 선조들의 생활모습과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인근 용천사는 붉은 꽃무릇이 유명한 곳으로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대웅전 층계 아래의 용천(龍泉)에서 마시는 물 한 모금이 시원하고 미니초가집산책로-물레방앗간-구름다리-야생차밭-왕대밭숲-정자쉼터-야생화단지로 이어기는 산책길은 걸을 만하다.

▲ 민박집 아침 시골밥상     ©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

함평자연생태 공원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에 좋다. 나오는 길엔 돌머리 해수욕장에 들러보자. 바다에 늘어선 기암괴석이 볼만하고, 근처에는 함평 지역에서 나는 유황석을 약초와 함께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후, 그 돌을 해수탕에 넣어 데운 물로 찜질하는 해수찜이 유명하다. 모평마을 근처 별미로는 3∼4년생 암소고기만 취급하는 문장리의 애월축산한우전문점에서의 꽃등심과 전골, 육회 등이 신선하며 입에 착착 붙는다. 

○ 관련 웹사이트
  - 함평군청
www.hampyeong.jeonnam.kr
  - 행복마을 홈페이지
www.happyvil.net
  - 모평권역 
www.mopyeong.com
  - 용천사
www.yongchunsa.com
  - 함평 자연생태공원
www.ecopark.or.kr 

○ 문의 
  - 함평군청 061-322-0011
  - 함평군청 문화관광과 061-320-3364
  - 함평 생활유물 전시관 061-320-3853
  - 함평 자연생태공원 031-320-3514
  - 용천사 061-322-1822
  - 신흥해수찜 061-322-9900  
  - 함평신흥해수찜 061-322-9487  
  - 주포해수찜 061-322-9489

○ 숙박
 - 모평헌 : 해보면 상곡리, 061-323-6078, 010-5034-6078
 - 소풍가 : 해보면 상곡리, 061-323-0206, 018-284-4198
 - 영화황토민박 : 해보면 상곡리, 061-323-0300
 - 풍경소리 : 해보면 상곡리, 061-323-8288, 010-5624-0217
 - 장기종 가옥(자수와 매듭) : 함평읍 함평리, 061-324-1104

○ 먹거리
  - 해월축산한우직판장 : 해보면 문장리, 한우, 061-324-6692
  - 대흥식당 : 함평읍 기각리, 육회 비빔밥, 061-322-3953 
  - 낙지마당 : 함평읍 기각리, 낙지요리, 061-322-2419
  - 바다이야기: 손불면 궁산리, 연포탕, 061-322-4478
  - 천지나비회관 : 학교면 사거리, 한우요리, 061-322-1212

○ 축제 및 행사
  - 함평 나비 대축제 매년 4~5월, 꽃무릇큰잔치 매년 9월 중순, 국향대전 매년 10월 말~11월 중순

○ 이색체험 정보 
모평마을에서는 녹차 떡 케이크 만들기, 과거시험 보기, 딸기 따기 등 계절에 맞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자세한 문의는 모평마을 이명숙 사무장(010-4704-0977)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 주변 볼거리 : 불갑사, 안악해수욕장, 고막천 석교, 함평향교, 예덕리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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